마이크로바이옴과 인간 건강
마이크로바이옴 연구의 미래'라는 주제로 토론회가 개최되었습니다. 마이크로바이옴은 미생물 군집인 마이크로바이오타와 그 미생물들이 가진 유전체인 메타게놈의 합성어로, 세균, 고균, 진균, 원생생물 등 다양한 미생물이 모여 자연환경에서 그 역할을 수행하는 모든 것을 포함합니다. 이는 단순히 미생물 자체뿐만 아니라, 미생물이 만드는 다양한 대사 물질까지 포함하는 개념입니다.
1,600년경 최초로 현미경이 등장한 이래로 미생물에 대한 연구가 시작되었지만, 마이크로바이옴의 복잡성으로 인해 그 분석은 매우 어려웠습니다. 그러나 최근 PCR(Polymerase Chain Reaction) 기술과 DNA 염기서열을 대용량으로 읽을 수 있는 DNA 시퀀싱 기술의 발달로 마이크로바이옴의 과학적 실체가 분석되어 다양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마이크로바이옴은 우리 질병의 90% 이상과 관련이 있다고 알려져 있으며, 신진대사, 소화 능력, 면역력 등 인체에 다양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최근 진행되는 마이크로바이옴 관련 연구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마이크로바이옴 본문
마이크로바이옴은 미생물 군집인 마이크로바이오타와 유전체의 합성어로, 인간뿐만 아니라 모든 환경에서 서식하거나 공존하는 미생물과 그 유전 정보 전체를 말합니다. 특히 제약 및 바이오 분야에서는 인간의 생명 활동에 영향을 미치는 미생물과 그 유전 정보를 인체 마이크로바이옴으로 정의합니다. 이 개념은 우리 몸뿐만 아니라 우리 몸에 서식하는 미생물의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가정에서 출발한 아이디어입니다.
연구에 따르면, 인체 내 존재하는 마이크로바이옴은 인간 체중의 약 1~3%를 차지하며, 이 중 대다수가 장과 같은 소화기관에 존재합니다. 이를 장내 마이크로바이옴이라 부릅니다. 서식 환경에 따라 유전체의 특성이 달라지므로, 인체 마이크로바이옴은 개인마다 각기 다릅니다.
마이크로바이옴에 대한 본격적인 연구는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시작되었으며, 이를 가능하게 한 기반이 차세대 염기서열분석(NGS, Next Generation Sequencing) 기술입니다.
NGS 기술의 발전은 주어진 샘플에서 유전체를 빠르고 저렴한 비용으로 분석할 수 있게 만들었습니다. 2001년에는 분석 비용이 1억 달러에 달했지만, 2021년에는 1,000달러 미만으로 급격히 감소하였습니다. 이는 데이터 확보가 점점 더 용이해지고 있음을 의미하며, 충분한 데이터 확보를 통해 연구의 속도가 훨씬 빨라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무엇보다, NGS를 통해 특정 환경에 존재하는 다양한 생물체의 유전체를 종합적으로 분석할 수 있게 된 점은 마이크로바이옴 기술 발전의 가속화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유전체는 생명체의 세포핵 속에 있는 유전 정보 전체를 의미합니다.
염기가 모여 유전자를 형성하고, 이 유전자들이 모여 23쌍의 염색체를 만듭니다. 이 23쌍의 염색체에는 약 30억 개의 염기가 포함되어 있으며, 이를 유전체라고 합니다.
마이크로바이옴 연구에 차세대 염기서열분석(NGS) 기술이 필요한 이유는 마이크로바이옴 연구가 단순히 미생물 하나를 연구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생물체들 간 상호작용하는 유전체를 분석하기 때문입니다. NGS 기술 없이는 이러한 상호작용으로 인해 발생하는 복잡성을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마이크로바이옴은 우리 몸에 구체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서, 인간 체내에 있는 유익균과 유해균 등이 하나의 생태계를 이루며 상호작용합니다. 미생물들 간의 다양성이 훼손되어 불균형이 발생하는 것을 디스바이오시스라고 하며, 디스바이오시스가 발생하면 장내 세균 종의 다양성 감소, 염증을 유발하는 유해균의 증가 및 유익균의 감소, 장내 세균 양의 감소 등이 일어납니다.
이로 인해 우리 몸은 균형 상태의 마이크로바이옴이 제공했던 면역 작용, 영양분 흡수, 행동 조절 등에 문제가 발생하게 됩니다.
마이크로바이옴 기술의 핵심은 우리 신체 내에서 발생하는 마이크로바이옴의 불균형을 해결할 수 있는지에 있습니다. 이를 위한 해결책으로 프로바이오틱스와 프리바이오틱스, 마이크로바이옴 이식,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가 제시됩니다.
프로바이오틱스는 적정량 섭취 시 우리 체내 마이크로바이옴 생태계에 도움을 주는 유익한 균을 의미합니다. 이는 분말 등의 형태로 섭취하여 체내에 유익균을 추가함으로써, 건강한 마이크로바이옴 환경을 조성하려는 개념입니다. 플레인 요거트, 김치, 청국장 등이 이러한 프로바이오틱스에 속합니다.
프리바이오틱스는 유익균인 프로바이오틱스의 영양소로서, 프로바이오틱스의 성장과 증식을 돕기 위해 섭취됩니다. 프락토올리고당과 같은 프리바이오틱스는 당근이나 콩과 같은 식품에 다량으로 함유되어 있으며, 종근당, 쎌바이오텍, 일동제약 등 국내 주요 프로바이오틱스 업체에서 관련 제품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마이크로바이옴 이식은 프로바이오틱스에 비해 더 직접적인 접근법입니다. 이 방법은 정상인의 대변에서 유래한 미생물을 정제하여 용액으로 만들고, 이를 환자의 장에 도포하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이 과정의 단점으로는 시술 절차의 복잡성과 병원균에 의한 감염 가능성이 있습니다. 내시경이나 관장을 통해 장에 물리적으로 투약해야 하며, 이식받는 마이크로바이옴 내에 병원균이 존재할 가능성이 있어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등장한 기술이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입니다. 이는 분변 속 마이크로바이옴을 정제하고 재조합하여 약으로 만드는 방식으로, 분변이식술에 비해 투약이 용이하고 부작용이 적은 장점을 가집니다. 미국의 세레스 사가 개발한 경구용 제형과 같이, 이 방법은 기존의 면역관문억제제와 병용 투여를 통해 약효를 개선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합니다.
세계적으로는 Seres Therapeutics, Enterome, 4D Pharma 등이, 국내에서는 지놈 앤 컴퍼니, 고바이오랩, 천랩 등이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 개발을 선도하고 있습니다. 특히 지놈 앤 컴퍼니는 머크, 화이자와의 임상시험 협력 및 공급 계약을 체결, 면역관문억제제 키트루다와 바벤시오의 지원을 받은 바 있습니다, 이는 개발사가 글로벌 빅파마와의 기술이전을 기대할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 개발은 많은 장점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에 따른 몇 가지 어려움이 존재함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분변이식술에 비해 안전하며, 면역항암제와의 병용투여 시 효과를 개선하고, 적응증 확장이 용이하며, 임상 시험에서의 높은 내약성으로 인해 1상 실패 확률이 낮다는 등의 장점이 있습니다. 그러나, 개발 과정에서 유익균 규명과 약물작용기전(MOA) 입증이라는 두 가지 큰 도전에 직면해 있습니다.
유익균 규명의 어려움은 우리 몸에 존재하는 30조 마리 이상의 미생물 중 어떤 미생물이 적응증 기전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지를 알아내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 문제는 NGS(차세대 염기서열분석) 기술을 기반으로 한 유전체 분석의 비용과 시간이 점차 줄어들고 있으며, 마이크로바이옴 전체의 유전자 정보뿐만 아니라 미생물의 전사체, 단백체, 대사체 등에 대한 분석을 통해 해결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를 통해 인체에 영향을 미치는 특정 미생물을 정확히 특정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약물 작용 기전(MOA, Mechanism of Action)에 관한 문제는 최근 연구를 통해 해결될 길이 보이고 있습니다. 2021년, 네이처 마이크로바이올로지(Nature Microbiology)에 게재된 삼성서울병원과 지놈 앤 컴퍼니의 공동 연구 결과는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의 MOA에 대한 이해를 한층 깊게 해 주었습니다.
이 연구는 특히, 동일한 유익균 종(Species) 내에서도 개별 균주(Strain) 별로 암 억제 효과에 차이가 있음을 밝혔습니다. 또한, 특정 마이크로바이옴 균주가 면역항암제와 함께 사용될 경우, 선천면역 기전을 활성화시켜 효과적으로 항암 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였습니다.
결론
국내 기업들은 기술과 자본이 집약된 마이크로바이옴 산업에서 선도적인 위치를 확보하기 위해 장기적이고 상생적인 파트너십 구축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고 보입니다. 특히, 바이오 제약 기술 분야에서 10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미국과 유럽 중심의 시장에서 새로운 기회를 모색하고자 한다면, 국내 기업들은 M&A와 오픈 이노베이션을 통한 라이센싱 인 & 아웃 기술 확보를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할 것입니다. 이는 시간과 막대한 투자를 최소화하고 투자 대비 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한 필수적인 접근 방법입니다.
마이크로바이옴 산업은 글로벌 시장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떠오르는 신성장 산업으로, 향후 지속적인 투자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국내의 대기업과 벤처 기업들이 해외 경쟁사와 견줄 수 있는 인적 및 물적 자원을 갖추고 있는 만큼, 특히 신약 개발 분야에서 초기 단계 기업들을 대상으로 한 선별적이고 대규모의 투자는 앞으로 더욱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이를 통해 국내 기업들은 글로벌 바이오 제약 산업에서의 입지를 강화하고, 새로운 시장 기회를 창출해 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성공적인 투자를 위해 기업들은 M&A와 IPO를 전략적으로 고려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미국의 생활용품 및 식품 제조업체인 클로락스는 2016년에 프로바이오틱스 전문 업체인 리뉴라이프를 2.9억 달러에 인수했습니다. 이를 통해 기존의 식품 보조제 및 버츠비 화장품 영역에 전략을 확장했습니다. 마찬가지로, 스위스의 제약사 페링은 2018년에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를 개발하는 미국의 리바이오틱스를 인수했습니다. 영국의 4D파마를 비롯하여 최근 5년간 마이크로바이옴 벤처의 성공적인 IPO 사례들이 눈에 띕니다. 이러한 다각화된 투자 전략은 마이크로바이옴 투자 생태계를 선순환적으로 구축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입니다.
그러나 마이크로바이옴 산업은 아직 많은 부분이 미지의 영역입니다. 이 산업이 인류의 건강과 삶의 질에 가져올 혁신적인 변화를 선도하기 위해, 국내 기업들은 보다 넓은 시야와 장기적인 전략을 수립하고 실행해야 합니다. 타 산업으로부터의 경쟁을 방어하면서도, 국경을 넘나드는 협력을 통해 국내 대기업이 해외 벤처의 기술력을 확보하고, 국내 벤처 기업이 해외 대기업으로부터 투자를 유치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한, M&A와 IPO를 통해 선순환적인 투자 생태계를 만들어 나가는 전략이 필요합니다. 이러한 전략적 접근은 마이크로바이옴 산업의 잠재력을 최대화하고, 국내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유의미한 발자취를 남기는 데 기여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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